대형 마트와 기타 주차장을 가면 볼 수 있는 분홍색 주차선, 우리들은 이를 두고 여성전용 주차장이라 부른다. 다른 곳이 꽉 차도 이곳만큼은 빈자리가 남아있다. 하지만 수많은 운전자들은 “여성 전용인데 주차하면 안 되겠지?”하며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리고 간혹 이 자리에 남성이 주차를 하면 따가운 시선이 꽂히기도 한다.
그런데, 여성전용주차장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 일부가 실제와 다르다고 한다. 과연 어떤 점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여성전용 주차장의 정식 명칭은 여성 우선 주차장이다. 2009년 4월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로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주차가 서툴다는 점, 임산부나 유아 등과 동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주차장 내 범죄 노출 확률이 높다는 점을 근거로 도입된 제도다.
자치법규를 살펴보면 주차 대수 규모가 30대 이상인 노상/노외/부설 주차장에는 총 주차 대수의 10% 이상을 여성이 우선하여 사용하는 주차구역으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각지대가 없는 밝은 위치, 주차장 출입구가 가까워 이동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곳, CCTV가 감시할 수 있는 곳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즉, 각종 사고 날 위험이 없고 주차하기 편한 곳을 여성 우선 주차장으로 지정하라는 뜻이다.
취지를 살펴보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적 보호장치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어 잠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 주차장을 가 보면 입구 부근에 장애인용 주차장과 함께 여성 우선 주차장이 함께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장애인 전용 주차장은 어느 정도 주차되어있는 반면 여성전용 주차장은 특정 시간을 제외하곤 늘 빈자리가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일반 운전자들은 빈자리가 있음에 도 불구하고 다른 주차공간을 찾아 헤맨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 하나가 생긴다. “여성 우선 주차장은 여성만 사용해야 하나?”
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여성 우선 주차장은 남녀노소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주차장과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여성 운전자에게 양보하라고 ‘권장’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차가 서투르거나 임산부, 아이를 데리고 온 경우가 많기에 가급적 가까운 곳에 먼저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운전이 서투르거나 가까이 주차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양보합시다.” 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굳이 ‘여성’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초보운전자들은 성별 구분이 없이 서투른 운전으로 양보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런 점에서 ‘초보운전자’는 도로 위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다.
그 밖에 남성들도 아이들이나 임산부 등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태우고 있어 가까이 주차할 필요가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은 맞벌이로 인해 남녀가 함께 마트에 방문하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즉, 운전 관련 배려가 필요한 부류는 많은데 ‘여성 우선 주차장’이라는 명칭으로 특정 성별만 우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해 볼 수 있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 여성가족부에 문의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여가부 정책 관련 관계자에 따르면 “여성 우선 주차장은 서울시 소관으로 여가부 담당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에 대해 우리 부처로 전화해 문제 제기하는 사례가 많습니다.”라고 답했다. 즉, 사람들은 여성 우선 주차장에 대해 어디 가 주관인지도 잘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어서 "앞서 문제를 제기하신 여성 우선 주차장이라는 명칭이 일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명칭을 개선할 필요를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여가부에서는 담당인 서울시와 함께 제도 개선을 이루거나 기타 변경사항을 계획하고 있나요?”하고 재차 질문하자, “특별히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요약하자면 여성 우선 주차장은 실제로 별다른 제재가 없으며, 단지 양보하라고 ‘권장’할 뿐인 제도다. 그리고 일부 모순점에 대해 인지만 하고 있을 뿐 특별히 바꾸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및 여성의 권익증진 등을 위해 노력하는 여가부가 특별한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운전을 하면서 입구와 가까운 곳은 주차하기 편하다. 이런 곳을 운전이 미숙한 사람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 등이 우선 주차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도의적일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여성 우선 주차장’이라는 명칭보다 ‘운전 약자 우선 주차장’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우리나라 도로에서 여성들 일부가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이런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대상을 너무 한정한 것이 문제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사람은 여성 외에도 많은데 말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8년이 지났다. 이 정도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해 언제나 텅 비어있는 여성 우선 주차장을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에 더불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알릴 수 있도록 여러 지자체와 정부 부처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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