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우리나라. 경치 구경하기 위해 고개를 들면 낮은 언덕부터 높은 산으로 풍경 끝자락을 장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 도로를 이야기하면 약방의 감초처럼 터널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터널에 진입하기 전 주변을 살펴보면 '~터널. 총 길이 ~미터'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보고 있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은 뭘까?"하는 생각이 간혹 떠오르기 마련이다.
언론을 통해 선진국 수준의 건축 기술과 더불어 토목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기 때문에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가장 긴 터널은 무엇일까?
8년 만에 개통된 인제양양터널
하늘이 숨 쉬고 땅(터널)이 숨 쉬고, 사람이 숨 쉬는 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차량 터널을 표현하는 문장이다.
이 터널의 이름은 인제양양터널. 수도권과 동해안을 최단거리로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터널이며 건설기간은 2009년 4월 ~ 2015년 12월, 정식 개통은 올해 6월 30일이다. 즉 착공부터 개통까지 8년이 걸린 셈이다.
차량 터널로는 가장 긴 약 11km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구상에 수많은 터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주목할 만한 순위다. 특히 백두대간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토목공사 기술력이 빛을 발휘했다고 한다.
개통된 이후 서울에서 양양까지 약 3시간 걸리던 거리가 1시간 30분으로 50% 감소하여 교통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이 터널 개통으로 고용 창출, 주변 지역 관광 활성화, 교통 난 해소 등 여러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길이만큼이나 특별한 토목 기술
인제양양터널을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하기 위해 기존 터널 굴착 방식이 아닌 '네 방향 동시 굴착'방법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터널의 양 끝에서 뚫어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 중간에도 건설장비가 들어가 총 네 곳에서 동시에 굴착한다. 이를 위해 산 중턱에 중장비들이 오갈 수 있는 200m 깊이의 터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터널들은 공사가 완료된 이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환기구 및 비상 대피로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이 터널의 특징 중 하나로, 강원도 내륙에서 동해 쪽으로 1.95도씩 서서히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시작과 끝부분 고도 차이가 200m에 이른다는 점이다.
그리고 터널 공사 중 주변 생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천이 흐르는 구간을 최대한 피해서 설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터널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기술력이 투입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토목 기술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졸음운전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
이터널의 길이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만약 직선 터널이었다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약 10분 정도 이어지는 같은 풍경으로 인해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건설 당시 졸음운전 등을 예방할 목적으로 완만한 S자 형태로 설계했고, 한 방향으로 계속 주행하면 졸음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도로위 차선 표시는 실선이 아닌 점선으로 되어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졸음운전 가능성이 큰 구간에 LED 조명을 설치하여 운전자가 숲이나 바닷속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주변 환경을 꾸며 놓았다.
첨단 시설을 갖춘 터널?
100km/h로 달려도 7분이 걸릴 정도로 긴 인제양양터널은 도중에 사고가 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최첨단 시설 및 전담 부서를 배치했다.
첨단 시설의 경우 유지 보수, 화재사고, 교통사고 등 위급한 상황들에 대해 대처할 목적으로 터널 내부에 비상차량이 오갈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화재 시 연기 확산 방지를 위해 '고압 미세 물 분무 시설'을 설치했고, 테러나 유독 가스를 실은 차량 사고 시 발생하는 '독성가스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 '유류화재에 대비한 전용 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다.
특히 터널 진입 전 차량 엔진 과열을 미리 파악하고 사고가 나기 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차량 과열 알림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데, 사고 발생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인근 경찰서와 소방대에 메시지가 전송되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 시설의 경우 화학소방차 등 큰 차량이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대형 차량용 연락 갱문'이 있고, 터널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도록 '비상 안전 구역'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사고시 30초 만에 사람들이 모두 대피할 수 있도록 57개의 '대피통로'를 구성하고 유조차 등에서 흘러나온 기름이나 화학물질을 따로 분리 보관하는 맨홀도 설치되어있다.
그 밖에 국내 터널 최초로 전용 소방대가 배치되어 소방차 1대, 구급차 1대가 터널 사무소에 상주하고 있다.
에디터 한마디
번 터널 공사에만 약 6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되었으며 폭약 23만 톤, 인력 50만 명, 중장비 약 3천 여대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약 5천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록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었지만, 더 빠르고 편하게 동해안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세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원도 주민들 입장에서도 관광 및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좋지 않을까?
혹시라도 인제양양터널을 지나게 된다면 이번 내용을 떠올려 주변을 둘러보자.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에는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설비들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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