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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상식&칼럼

정체불명 빨간 깜빡이, 위험한데 왜 못잡나?


그동안 방송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자동차 안전에 대해 수 없이 강조해왔다. 그중에서 방향지시등은 “제발 좀 켜주세요!”할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홍보 덕일까? 운전자라면 이 방향지시등은 ‘무조건 노란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안전 상식이라는 것 또한 말이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보면 자동차 후미등에서 빨간불이 깜빡깜빡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도 방향지시등 위치에서. 일반 운전자들은 “불법 아니야?”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부 자동차의 경우 괜찮다고 한다. 도로교통법에도 방향지시등은 노란색으로 규정한다고 나와있는데도 말이다.

 

과연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빨간 깜빡이’가 가능한 것일까?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방향지시등은 반드시 ‘노란색’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미 FTA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들여오는 자동차들은 현행법 예외 적용을 받아 미국 도로교통법 조항을 적용하게 된다. 

 

즉 미국산 자동차가 미국 규정을 준수한 경우라면, 우리나라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 등 일부 해외 지역에서 이삿짐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경우도 일부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쉐보레, 크라이슬러 등은 예외로 적용되며 심지어 미국용으로 수출된 벤츠, BMW 등도 빨간색 방향지시등을 그대로 장착한 채 들여올 수 있다. 결국 도로 위에 빨간 방향지시등을 장착한 자동차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사고 위험이 점차 커지게 됐고,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게 됐다.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참고해 미국 측에 자동차 방향지시등을 노란색으로 변경해달라는 ‘권고 요청’을 했지만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과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해당 요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한다.

 

한미 FTA 협정에 의해 이미 결정된 사항인 만큼 ‘일부 합법’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만약 뒤따라오는 운전자가 빨간 방향지시등을 보고 오해를 해 사고가 났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해당 내용에 대해 경찰청 교통 관련 부서에 문의한 결과 재미있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보험은 몰라도 법적으로는 처벌 못합니다. 이미 예외 조항인데다가 관련 법안마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이 없으니 알아서 조심하시라.”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운전자들이 눈치껏 방어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베타랑 운전자들이라면 알아서 잘 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초보운전자라면? 안 봐도 비디오다.


운전하다 간혹 보였던 빨간 깜빡이의 비밀, 우리나라와 미국의 무역 협정으로부터 나온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혹시 길 가다 빨간 깜빡이를 켠 차를 보면 “아, 미국에서 들여온 자동차구나.”하고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국산차를 구매하고 일부러 빨간 방향지시등으로 바꾸지는 말자. 위의 내용은 ‘미국에서 수입된 자동차’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국산차들은 도로교통법에 의해 반드시 노란색 방향지시등을 사용해야 하니 말이다.

 


이번 내용의 주원인은 결국 한미FTA 합의에 숨어있는 독소조항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안전과 관련된 조항만큼은 반드시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오늘날 트럼프의 미국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 조차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항목만큼은 우리나라 주도하에 바뀌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