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질주’를 보면 여러 등장인물들이 가끔 빨간 색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버튼을 누르게 되면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며 운전자가 뒤로 젖혀지게 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부스터를 사용했다!” 등 다양한 표현을 한다.
그리고 자동차 레이싱 게임 ‘니드포 스피드’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하게 되면 갑자기 차량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현상을 관찰 할 수 있다.
게임 카트라이더에서 드리프트 후 사용할 수 있는 부스터 또한 이와 비슷한 기능이다.
과연 이 기능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니트로 부스터에 대한 개요와 역사
이 기능은 아산화 질소(N2O)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 출력 강화 시스템으로, 브랜드 이름인 ‘NOS (Nitrous Oxide System)’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아산화 질소는 연료 이외에도 외과수술용 전신마취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 니트로 시스템은 아산화 질소를 엔진 내부에 가솔린과 함께 분사하여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니트로 부스터’로 부르며 주로 드래그 레이싱 또는 짜릿한 속도감을 즐기려는 용도로 사용된다.
이 니트로 부스터에 사용되는 원료인 N2O는 1772년 영국의 화학자인 Joseph Priesly에 의해 처음 합성되어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나치군의 Focke-Wulf Ta 152
그 뒤 수 백 년이 지나 산소가 부족한 고도에서 항공기들이 온전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주로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공군과 영국 공군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 기술을 통해 고고도 정찰기, 폭격기 등에 주로 활용되었다.
이후 이 원리를 1940~1950년대 즈음 자동차로 이식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니트로 부스터의 원리
니트로 부스터의 원리를 상세히 살펴보면, 액체 상태의 N2O가 기화 될 때 질소와 산소 분자를 방출하게 된다. 이 때 산소는 33% 농도가 되며, 이는 대기중의 산소농도인 약 20%보다 약 1.5배 더 농축 되어있는 상태이다.
니트로 부스터에 대한 간단 구조도
니트로 부스터에 사용되는 일반적인 부품들
따라서 이 가스가 엔진 내부에 분사되면, 실린더 내 산소 농도가 약 50% 가량 증가하게 되어 엔진은 ‘과급’ 상태가 되고 ‘터보 엔진’과 비슷한 원리로 강력한 출력을 내게 된다.
기화속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금방 냉각된다.
보통 강한 폭발력과 함께 상당히 높은 열이 수반되지만, N2O가 기화되면서 기화열로 인해 급랭 되기 때문에 특별한 냉각장치가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화학식으로 보자면 2N2O → 2N2 + O2 이며,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온도가 10도 하락하면 그만큼 단일 부피 내 산소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에 따라 엔진출력이 최대 1.5%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점화 플러그가 과열되어 녹거나 손상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엔진출력이 설계상 마력보다 50마력 증가할 때마다 한 단계 높은 튼튼한 점화플러그를 사용해야 한다. 니트로 부스터는 장시간 사용하는 기능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버틸 점화플러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해를 위해 니트로 부스터에 대한 원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기존의 엔진은
[연료 + 산소 → 폭발력을 통한 동력] 이다.
여기에 니트로 부스터를 사용하게 되면
[더 많은 연료 + 더 많은 산소 → 더 큰 폭발력을 통한 더 큰 동력] 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산소는 연소에 사용되지만 질소의 경우 기체 자체가 반응하지 않는 성질을 보이고 있어 폭발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니트로 부스터의 종류
니트로 부스터는 어디에 분사를 하는가에 따라 3가지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 방식은 고유의 특징이 있다. 포트 연결 방식 및 연료 비율 등 수 많은 내용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간략하게 종류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가겠다.
건식 니트로 부스터 (Dry System)
건식 니트로 부스터용 분사기
흡기 매니폴드 앞에 N2O 분사 조절장치를 설치하여 니트로 부스터 강도를 조절하고, 차량 내 부착되어있는 전자 제어장치를 조정하여 더 많은 연료를 분사하도록 만든다.
즉, 두 가지 연료를 따로 조절하여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든다. 단, 연료 소모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습식 니트로 부스터 (Wet System)
습식 니트로 부스터용 분사기
습식 니트로 부스터의 경우 N2O와 연료를 하나의 노즐을 통해 분사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두 연료가 합쳐져서 분사되기 때문에 적절한 연료 혼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방식은 건식에 비해 연료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습식 직분사 포트 니트로 부스터 (Port System)
각각의 실린더 내 흡기포트로 직접 미리 혼합된 연료를 분사한다. 일반적으로 일반 습식 니트로 부스터를 여러 개 연결한 것과 같다.
니트로 부스터의 능력과 주의사항?
니트로 부스터는 유형에 따라 기존 마력보다 최대 3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이렇게 과도한 엔진출력을 만들게 되면 보통 터보 엔진의 경우 압축된 공기를 냉각시키는 ‘인터쿨러’가 필요한 반면, 니트로 부스터는 액체상태의 N2O가 기화 될 때 기화열을 빼앗아 흡기온도를 상당히 낮추기 때문에 ‘인터쿨러’가 필요 없다.
피스톤이 파손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니트로 부스터는 엔진에 상당한 무리를 주기 때문에 수명이 급격하게 짧아질 수 있다. 여기에 엔진에 노킹현상이 일어나 엔진이 터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점화 타이밍을 조절하거나 옥탄가가 높은 연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이 기능은 원래부터 튼튼한 엔진에 적용하거나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보강된 엔진에 설치된다.
니트로 부스터보다 더 강력한 녀석, 탑 퓨얼.
기존의 니트로 부스터는 N2O를 연료로 사용하지만 드래그 레이싱 전용으로 사용되는 특수한 연료가 따로 있다.
이 연료는 CH3NO2 (질산화 메탄 = 니트로 메탄) 90% 농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 가솔린 연료보다 최대 8배 빠르게 연료를 태울 수 있다. 여기에 레이싱 전용 가솔린이 함께 혼합된다.
연료가 엄청나게 빨리 기화되며 소모되기 때문에 니트로 부스터와 같이 특별한 냉각장치가 필요없다.
1만 마력 성능을 보이는 드래그 레이싱 머신
공식 드래그 레이싱 사례를 보면, 이 연료를 사용하여 급 가속 한 결과 제로백 0.8초 이하(포르쉐 911 터보 보다 3배 빠르다!) 이며 500 km/h 돌파에 4초 가량 소요되는 엄청난 성능을 기록했다. 이 정도 수준의 가속력을 통해 운전자는 중력의 4배~5.6배에 해당하는 4G ~ 5.6G를 겪게 된다고 한다. 거의 전투기 수준과 동일하며, 일반사람들은 의식을 잃는 수준이다.
이러한 경기에 사용되는 머신(차량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중 대표적인 엔진을 예시로 들자면, 구형 크라이슬러 V8 7,000cc 엔진을 특수 처리했다. 엔진에 추가 보강재로 사용되는 재질로 티타늄, 구리, 강철 등이 사용된다.
위와 같은 연료와 엔진을 통해 추정되는 마력만 8,500 ~ 10,000 마력이며, 826 kg.m 수준의 토크를 자랑한다. 연료 소모량의 경우 1회 드레그 레이싱에 40 ~ 86 L라는 엄청난 양이 소모된다.
이 때문에 드레그 레이싱이 끝나면 엔지니어들은 차량 엔진을 100% 완전 분해하여 손상된 부분이 없나 점검하게 된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불 뿜는 차량들은 시각적 효과를 위해 일부 과장된 모습이다. 실제로는 탑 퓨얼을 사용하는 머신의 경우 미처 연소되지 못하고 배출된 연료로 인해 황색 불기둥이 생긴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부스터 이펙트의 진실이다.
전 세계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을까?
자동차의 성능을 엄청나게 향상시켜주는 대신 그에 따른 위험이 큰 만큼 허용되지 않는 국가도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즈 주’의 경우 니트로 부스터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자동차 튜닝에 대한 법이 변경되면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린더 블록, 터보차저, 엔진 등은 교통안전공단의 승인이 필요하며 흡기매니폴드, 배기매니폴드는 승인없이 자유롭게 튜닝가능하다.
(https://www.molit.go.kr/USR/WPGE0201/m_35444/DTL.jsp) 참조
독일의 경우 엄격한 자동차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기능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도 사용은 가능하지만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자동차에 니트로 부스터를 장착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마치며
니트로 부스터 또는 NOS라 불리는 이 기능은 터프한 가속력을 즐길 수 있는, 남자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사용할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레이싱 경기장에서 사용하거나 해외로 나가 테스트해보는 방법이 가장 좋지 않을까?
니트로 부스터를 이용하여 속도감을 즐기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자동차에 엄청난 무리를 줄 수 있는 만큼 특수 튜닝 된 차량이 아니라면 가급적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쾌감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안전이 보장된 상황에서 해야 한다는 점 꼭 숙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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