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중 창 밖을 보니, 낯선 버스 한 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지 버스일 뿐인데, 묘하게 세련된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색상 배치부터 버스 디자인까지 그동안 봐왔던 일반 버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디에서 만든 로고인지 유심히 살펴보니, 그릴부분에 MAN이라는 앰블럼이 있었다. 그렇다. “맨”이라 읽는 것이 아닌 “만”이라 읽는 독일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다.
수입차량이기 때문에 이 버스를 타는 승객들은 내리기 전까지 수입차를 탄 기분…은 아니겠지만, 어찌됐든 국내 브랜드가 아닌 자동차 산업으로 유명한 독일에서 들여온 차량인 점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잠깐 알아보니, MAN(만)에서 제조한 ‘라이온스 시티’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름부터 어딘가 고상한 ‘라이온스 시티’다. 과연 이 버스는 언제 도입되었으며 왜 도입했는지 등을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역사가 있는 브랜드 MAN
MAN 브랜드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무려 1758년부터 역사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으로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디젤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돌프 디젤과 함께 디젤엔진 제작에 나선 후다. 이 때가 1890년대였으니 자동차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MAN은 중장비에 특화된 엔진 및 상용 차량으로 유명한 제조사이며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U보트의 잠수함 엔진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MAN의 특기는 트럭과 버스였다. 덕분에 현재 상용차 부문에서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100년 전 이미 공중에 매달린 열차를 만들 만큼 기계공학 측면에서 상당한 내공을 선보였다.
다만 독일의 유서 깊은 집안이라 말한 것 치곤 한국시장에 뛰어든 시기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1990년대 말 삼성자동차에서 일부 모델을 판매하기도 했으나 공식적으로 MAN의 이름을 달고 판매를 시작한것은 2001년이다. 그 중 최초로 국내 도입된 버스는 서울 씨티투어 버스다. MAN 트럭보다 늦게 도입된 것으로, 우리나라와 MAN버스의 인연이 시작된 상징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이후 CNG 저상버스인 ‘라이온스 시티’는 서울 시내에서 간간히 보일 만큼 판매되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라이온스 시티?
라이온스 시티는 1996년부터 생산중인 도심형 버스다. 국내에 도입된 광역 저상버스 외 굴절 버스와 2층 버스 모델 등 아주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특히 2019 iF디자인 어워드에서 신형 라이온스 시티가 ‘자동차’ 부문 본상을 수상하며 4년 연속 디자인에 대해 인정을 받고 있다. 참고로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4년 연속 본상을 수상한 브랜드는 MAN이 유일하다.
iF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MAN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잘 살리고 있으며 도심형 버스다운 모던함과 고급스러운 인상을 함께 준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탁트인 개방감에 햇빛을 간접광을 활용해 승객들에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이다 보니, 국가마다 서로 다른 모델을 사용하는데, 영국/싱가포르/홍콩 등 영미권에서는 2층버스, 굴절버스, 일반 버스 모델을 운용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2017년 서울 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으며 같은 해 말, 김포지역을 중심으로 30대 가량이 국내 최초로 도입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김포시가 가장 많은 MAN 라이온스 시티 모델을 운용 중이며 성남, 대전 등 타 도시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라이온스 시티는 국내 저상버스 중 차체 길이가 가장 긴 12미터를 자랑하며 유일하게 3개의 출입문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출퇴근 시간 승객들의 타고 내릴 때 편의성이 타 버스에 비해 우수한 편이다.
특히 일부 출입구만 낮게 만들어 놓은 로우-엔트리(Low-Entry) 버스와 달리, 바닥 전체가 낮게 설계된 완전 저상버스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탑승이 가능하다. 게다가 중앙 출입문에는 차체와 보도 인도 사이를 연결해주는 자동 경사판과 최대 80mm까지 낮아지는 ‘닐링 시스템(Kneeling System)’까지 적용된 첨단 버스다.
또한 버스 측면에는 USB충전포트가 달려있어, 휴대폰을 충전하며 이동하는 승객들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그밖에 라이온스 시티의 전체 제원을 살펴보면
길이12m - 너비 2.5m - 높이 3.3m
12.8L_MAN_E2876_CNG엔진 탑재
최대마력 310hp – 최대토크 128kgm
ZF 6단 에코라이프 변속기
총 수용 인원 62명
이다.
실제 이 버스로(김포 1002번) 출퇴근하는 막내 직원의 말을 빌리면,
“일반 버스에 비해 소음이 적고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탓에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듯한 승차감을 지니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충분한 힘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솔직히 말해 수치가 말해주지 못하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괜히 독일차라고 하니 좋아 보이는 느낌이랄까? 이런걸 보면 후광효과가 참 무섭다.”
“버스 승하차 벨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달려 있고 누르기 편하다.”
“천장이 높고 창문이 넓어, 개방감이 좋다.”
“다만 버스 상태가 걱정될 수준의 급출발/급브레이크/방지턱을 그대로 지나가는 운전을 자제해줬으면 한다.”
라는 의견을 보였다. 물론,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기에 참고 한다는 느낌으로 알아두면 되겠다.
현재 라이온스 시티는 김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차량으로 광화문, 시청으로 향하는 1002번 버스나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으로 향하는 60번, 60-3번이 해당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도입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다른 버스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이런 좋은 차량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생각과 달리 전국적으로 도입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를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았다.
독일제라 너무 비싸다!
몇몇 언론에서 적은 기사를 보니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은 바로 가격이다. 버스는 덩치가 큰 만큼 억대 가격을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MAN 버스는 유독 가격이 높다는 것이 운수업체와 지자체의 입장이다. 국내 대부분 노선에서 운행중인 시내버스는 현대차의 ‘유니시티’인데 CNG 모델을 기준으로 1억 4800만원이다. 한편 MAN의 ‘라이온스 시티’는 무려 3억원에 육박한다.
강남이나 광화문, 여의도 같은 교통 과밀지역의 경우 노선 증차를 원하는 시민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지자체로 접수되는 민원만 하더라도 엄청나기 때문에 항상 더욱 많은 수의 버스가 필요한것이다.
이 때 국산 버스와 수입 버스 가격이 2배 가량 차이 난다면 당연히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MAN 버스 1대 보다 현대 버스를 2대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비 용이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지적을 받는다. MAN에서 제공하는 정비소는 전국에 21개소가 있는데 현대가 보유한 서비스 네트워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자동차는 구입 후 유지관리가 중요한 소모품이다.
원활한 정비 네트워크가 없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히 구입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수입차량이다 보니 유지보수 비용이 비싼 점도 MAN 버스 증차에 제동이 걸리는 이유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의 영업부서에서 차량을 추가 구입하려는데 정해진 예산은 4천만원 수준이다. 영업사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벤츠의 C클래스를 사주고야 싶지만 같은돈으로 현대의 아반떼는 2대를 구입할 수 있다.
보다 활발한 영업활동을 위해 당연히 아반떼 2대를 선택하지 않을까? 게다가 사용빈도가 높은 영업용차인만큼 서비스센터도 가까워야하고 수리비도 아반떼가 훨씬 저렴하다. 과연 벤츠를 구입할 회사가 있을까? 뛰어난 상품성은 인정하지만 국내 여건상으로는 MAN 버스 도입은 어려운게 사실이다.
에디터 한마디
MAN의 라이온스 시티 버스는 승객의 입장으로 바라보자면 쾌적하며 뛰어난 편의성으로 만족스러운 차량이다. 당연하게도 더욱 많은 차량이 배차되어 우리들의 즐거운 출근길을 함께 해준다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쉽게 구입하기 어렵다.
금액적인 부분과 정비의 용이성 등 국내 제조사 버스와 비교할 때 손실을 봐야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품성이 뛰어나더라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면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MAN의 라이온스 시티와 같은 프리미엄(?)버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수익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 보다 좋은 품질의 버스를 내놓는 방향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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