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다니는 보도에는 참 많은 것들이 지나다니며 설치되어 있곤 하다. 출근을 위해 달려가는 직장인부터 반려동물과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듯 보도에 주차를 한 차량까지 포함되면 복잡하고 어수선한 우리나라의 보도 환경이 완성된다.
불법주정차, 우리나라에서는 엄격한 이미지 보다 친숙한 느낌이 더 드는 단어다. 상식적으로 보도는 사람이 통행하기 위한 도로이며 자동차는 정해진 구역에 주정차를 해야 한다. 그러나 보도 위 불법주장차는 도로교통법상 엄연한 불법임에도 신속하게 단속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다. 혹시 국민들 몰래 주정차에 관한 예외 조항 같은 것들이 생긴 것일까?
어렴풋이 짐작은 해볼 수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분의 궁금증 해결을 위해 다키포스트가 나섰다.
혹시 도로교통법이 허술한 건 아닐까?
당연할지도 모르겠으나 모든 법의 제1조는 법의 취지나 목적을 기술하는 경우가 많다. 도로교통법의 제1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이 바로 도로교통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1조의 목적을 고려할 때 보도 위에 주·정차된 차량이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마 초등학생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주정차 차량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도로교통법 제3장에는 상세한 조항들이 명시되어있다.
제3장 32조 내용을 요약해보면, 교차로ㆍ횡단보도ㆍ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에서 주정차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주차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주정차를 자행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단속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이 싹트기 마련이다. 법적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준도 아닌데 복잡한 환경이 그대로 방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자체에 연락을 취해 봤다.
단속을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된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은 지자체 권한이기 때문에 정확한 답변을 얻고자 사무실 근처인, 강서구청 주차관리과로 문의해 보았다.
다키 : 안녕하세요. 불법 주•정차 단속과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구청 관계자 : 네 안녕하세요. 어떤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다키 : 시내 불법 주•정차 차량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구청 관계자 : 왕복 6차선 이상의 큰 도로는 주요 통행지인 만큼 구에서도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외 지역은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워서 ‘생활불편신고 앱’을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지역을 단속합니다.
다키 : 그러면 보도 위에 불법 주정차 차량은 어떻게 단속이 이루어지나요? 아무래도 보행자 안전과 관련이 되어있으니까요
구청관계자 : 보도 위에 불법 주•정차의 심각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도로 위 불법 주정차를 우선적으로 단속을 하다보니, 직접 신고가 없으면 단속하기가 힘듭니다.
다키 : 혹시 인력 문제가 가장 큰 이유가 될까요?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단속하시는 걸로 알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으실 것 같아서요.
구청관계자 : 아시다시피 전용 단속 차량으로 이동하고는 있지만, 수시 단속 외에도 도로 불법 주•정차 민원신고가 상당히 많아서 주차단속 담당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다키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더 질문드릴게요. 도로 위 불법 주•정차 차량은 견인에 대해 적극적인데, 유독 보도 위 불법 주•정차 차량은 그렇지 않은 것 같네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단속 인원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네요.
구청관계자 : 우선 보도 위에 불법 주•정차 차량은 견인차가 보도 위로 진입하기가 어렵고, 진입방지봉이나 보도의 턱과 같은 장애물이 많아 견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때문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닌 이상 견인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현재 강서구에서 운영하는 주차단속 인원은 10명으로 구성됐고 2인 1조로 5개 구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키 : 네 알겠습니다. 앞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혹시 추가로 단속인원을 확충할 계획은 없으신 걸까요?
구청관계자 : 물론 단속인원이 더 필요한 것은 맞으나 현재는 별도로 검토 중이지 않습니다.
“인력이 부족한가?”라는 당초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충원하기도 힘든 상황, 뉴스나 신문에서 늘 언급되던 이야기들이다.
불과 10명의 인원으로 모든 불법차량을 꼼꼼히 단속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렵다. 차량을 이용해 단속 하더라도 드넓은 관할구역을 모두 관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주차단속외에도 도로와 관련된 공무들이 많다 보니 단속을 위한 인원확충은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모든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자동차가 움직이는 차도보다 사람이 움직이는 보도가 안전상 더욱 중요한 것이 맞지 않을까? 단속이 용이한 도로 위의 불법주정차 위주로 단속하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도,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어있는 보도안전을 소홀이 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에디터 한마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적어도 사람보다 앞서는 가치를 가지는 것은 없다. 제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거주할 사람이 없으면
거미줄 친 빈집일 뿐이며 제아무리 좋은 옷도 입을 사람이 없다면 그저 천 쪼가리에 그치고 말 것이다. 사람이 있어야만 집이 됐건 옷이 됐건 쓰임새가 생기기 마련인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에 관해서도 사람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 적어도 차도가 우선이 아니라 보도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이번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 중 ‘공공 일자리 증대’가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공공 일자리 채용이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더욱 확충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인력이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효율적으로 배치가 됐는가에 대해선 공감하기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숱한 민원을 처리하기 바쁜 것처럼 보인다.
행정업무가 아닌 현장업무를 위한 인력 확충을 통해 실질적인 민원 해결이 우선시 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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