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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스토리&차소서&차소설

나는 왜 SUV를 타게되었나?


해당 내용은 SUV를 타고 있는 독자 한 분을 대상으로 사실을 기반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앞으로 독자님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그 시절, 내눈에 비춰진 자동차들



남들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내 차를 소유하게 되었다. 대학 입학시기에 부모님을 설득하여 (조르고 졸라..) 준중형 승용차를 구매하게 되었다. 친구들을 많이 태워도 공간이 부족하지 않았고, 출력이나 기타 성능에 대한 불만도 없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어디든 놀러 다니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땐 갓 복학한 예비역 형들은 코란도를 많이 타고 다녔었고, 돈 좀 있는 형들은 새로 출시한 싼타페와 쏘렌토 (당시 이름도 생소한 SUV)를 타고 다녔다. 당시엔 국산SUV나 짚차나 별반 다름 없는 큰 차로만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후 직장을 다니게 되었고, 결혼을 위해 연애를 시작하면서 중형 승용차를 구매했다. 그리고 15만킬로를 주행했을 즈음 아내의 뱃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난 SUV를 타야 하는 걸까?  

 

내 첫차는 가솔린 승용차였고, 이후에 바꿨던 차들 역시 가솔린 승용차였다. 가솔린 승용차 특유의 부드러움이 좋았고, 미끈하게 잘 빠진 세단의 겉모습도 보기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싼타페CM 과 쏘렌토R, 그리고 스포티지와 투싼 등 다양한 도심형 SUV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과거에 짐 차, 큰 차로만 보이던 덩치 큰 녀석들이 마치 도회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남성들의 자동차로 보이기 시작했었다.

 

물론 SUV 의 유행은 그 전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를 일이지만, 나에게는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차종이었다.

 

회사 동료들에게 아내의 임신소식을 알리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이제 차 바꿔야겠네?” 였다. 조금 오래되긴 했어도 타는데 문제없었고, 트렁크 공간도 넉넉했던 중형 승용차를 타고 있는 내게 차를 바꾸라고 조언을 하던 동료들에게 되물었다.


넓은 트렁크가 있어야 육아하기 편하다는 이유...


“왜 차를 바꿔야 하나요? 아니…아빠가 되려면 꼭 SUV를 타야만 하나요?”라고 말이다. 내게 조언해준 동료들은 다들 육아 선배들이었고, 그들 모두가 SUV를 타거나 구매 예정이었다.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애들 짐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유모차부터 해서 세발자전거 등등…” 즉, 싣고 다닐 것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또한 아이가 생기면 다니지 않던 캠핑도 가야 한다는 이유도 한 몫 했다.

 

결론은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적재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차가 커야 하고, SUV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구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짐을 싣기 위해 SUV를 타야하나?



육아 선배들의 차량 추천이 이어진 뒤 본격적으로 SUV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검색창에 커서를 놓고 타이핑 후 엔터를 눌러보았다. “suv 장점이 무엇인가요?”

 

아주 많은 답변이 달렸고, 대부분의 장점으로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공간 활용도”를 이야기했다. 특히 이어지는 답변들 중, “디젤 토크빨에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한다.” 라는 내용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지껏 가솔린 차량만 타오던 내게 “토크?” “토크빨?” 이라는 단어는 매우 생소한 단어였고,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당시만해도 국산 승용차에 디젤 엔진을 사용하던 차종이 많이 없던 터라 ‘SUV’라고 하면 “디젤 엔진의 강력한 토크를 자랑한다.”라고 했다. 어느 날 지인에게 부탁해 스포티지를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시내에서 천천히 차를 몰기 시작했을 땐 승용차에 비해 높이만 높고 빠릿빠릿한 운동성능을 느낄 수 없어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조금 더 악셀을 깊숙이 밟아보니, 기어가 높은 단수로 변속될 때마다 꾸준한 힘으로 차를 밀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아.. 이런게 토크빨이라고 하는 건가….?????”

 

단순한 내 입장이지만,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 과거 디젤 차량처럼 많은 힘을 낼 수 없던 가솔린 차량을 탔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젤 엔진을 얹은 SUV 를 타고 신나게 달려보니 ‘차가 힘이 있다.’는 표현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또한 가솔린 승용차처럼 고RPM에 도달하지 않아도 일상주행에서 사용되는 RPM에서 터보가 활성화되는 점 역시 좋았다.  

  

SUV장점과 단점을 깊이 파고들다 


일반 회사원인 내 입장에서 차량 한대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올 현금을 주고 차량을 구입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할부는 몇 개월로 할 것인지, 매달 얼마씩 갚아야 하는지, 내 능력에 맞는 차량은 무엇인지, 조금 더 비싸 보이는 차량은 없는 건지 등등…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준중형 그리고 중형 차량에서는 승용차에 비해 단연 덩치가 큰 SUV가 조금 더 비싸 보였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 기준에서는 차가 커 보이니 비싸 보이는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겔겔겔” 거리는 디젤특유의 엔진소리는 SUV를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조금 더 비싸 보이는 차량에서 왠 트럭에서 나는 소리가 나는 것일까…? 오래된 중고차와 신차 구분없이 디젤 엔진의 “겔겔겔” 거리는 소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특유의 진동 또한 너무 싫었다.

 

이미 마음은 SUV로 향해 있는데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어떻게 해서라도 장점으로 단점을 덮어야겠다는 생각만 들더라.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검색창에 (SUV디젤 소음, 진동) 이라고 검색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나와 같은 고민들이 줄지어 있었고 답변들은 매우 단순했다. “그게 싫으면 가솔린 엔진 사세요.” “타다 보면 적응됩니다.” “신호대기에만 그렇지 달리다 보면 승용차인줄 압니다.” “가솔린 보다 시끄럽지만 연비는 더 좋습니다.”

 

SUV, 결국 구매했다!



결국 장점들만 모아모아 SUV를 구매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실제로 달리다 보면 디젤 특유의 겔겔 거리는 소음과 진동은 느껴지질 않는다. 또한 인간은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인지 1주일만 지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소음에 무뎌졌다. 


또한 가솔린 차량에 비해 연비도 좋았다. 물론 차량 가격은 더 비쌌다. 디젤 차량 가격이 비싼 탓에 가솔린 보다 연비가 좋다고 한들 결국은 비슷했다. 하지만 자주 주유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연비가 더 좋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SUV를 구매하고 한달 정도 지났을까? 주변에서 나와 같은 이유로, 혹은 첫 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서 질문이 쏟아졌다. “SUV 타시니깐 어떠세요? 좋아요? 편해요? 짐 많이 싣고 다닐 수 있나요? 강려크 한가요? 캠핑은 자주 다니세요? 힘은? 연비는?? 소음 진동은 어때요? 세차 할 때 힘들죠? 등등”정신 없었다.

 

내가 SUV를 구매하기 전 궁금했던 모든 것들이 그들 또한 궁금했나 보다. SUV를 구매할 당시 자동차 영업사원은 내게 이러한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운전이 와일드하게 바뀌실거에요” 라는 말을…

 

그런데 거짓말 같이 SUV를 타면서 와일드한 운전자로 변해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존 승용차 보다 높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전하는 입장에서 매우 편안하다. 또한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큼지막하게 보이기 때문에 주차도 수월하다.

   

  “차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운전하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SUV를 타면서 말끔하게 기억에서 지웠다. 물론 매우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낮은 사물은 보이지 않아서 위험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신옵션으로 무장된 SUV를 살펴보면, 신호대기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고, 360도를 비추는 어라운드 뷰 기능에 오르막 길과 내리막 길 밀림방지를 위한 오토홀드 등 각종 기능이 안전운전을 돕는다. 이젠 차가 커도 운전에 불편함 없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물론 최상위 옵션까지 차량에 돈을 발라야 가능한 것 같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흘러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점점 다가오니 아이 방을 꾸미기 위해 대형 가구매장 등을 돌며 많은 짐들을 실어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2열을 시트를 접고 짐을 차곡차곡 실어보니 그 만족감은 실로 대단했다.

 

얼마 후 아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그 해 뉴스에 “SUV차량 승용차와 사고 나면 승용차 탑승자 사망률 커” 라는 내용이 보도가 되면서 “역시 차량이 높고 크다 보니 안전에서 유리하군!! 현명한 선택이었어!” 라며 안전에도 도움되는 SUV 라는걸 알게 되었다.

 

실제로 차량이 승용차보다 높다 보니, SUV와 승용차 사고 시 승용차에 탑승한 사람은 머리 쪽을 직접적으로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다시 뽑아도 다시 SUV

 

첫 SUV는 준중형 투싼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조금 더 큰 중형 SUV를 타고 다닌다. SUV를 구매하고 나서 캠핑은 가본적이 없다. 넓은 SUV 공간을 보고 있으면 캠핑을 가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아이가 어리고 나 또한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아서”라는 변명이 절로 생겨났다..

 

2열 시트를 접고 짐을 가득 싣고 다녀본 기억은 1년에 1번 있을까? 말까? 한 것 같다. 아이의 짐을 트렁크에 가득 싣고 다닌 적도 별로 없고, 오히려 아이 짐이라는 이유로 조수석에 올려두는 일이 많았다.



넓은 트렁크에는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의 킥보드와 접힌 유모차가 구석에 모셔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차용품, 사용하지 않는 축구화,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찜질방 전단지 들이 하나하나 들어차기 시작했다.

 

결국 짐을 많이 싣기 위해 SUV를 선택했지만, 실제로 짐을 그렇게 싣고 다닐 일들은 평범한 나에게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아이 짐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 겔로퍼처럼 트렁크 입구 높이라도 높았다면 세발자전거쯤은 접지 않고 바로 싣고 다닐 수 있을 텐데, 요즘 출시되는 도심형 SUV는 접어서 넣어야 한다. 게다가 요즘 승용차도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다 보니 SUV가 적재능력은 더 좋을지 몰라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SUV보다 승용차가 그리워지는 시점 



아이가 타기 때문에 차량의 청결유지는 기본이다. 새차 이다 보니 세차를 자주 한다. (라임 오졌다…) 물론 나도 안다. 차량은 굴러만 가면 되고, 바퀴가 구르는 순간부터 소모품이라는 것을. 그리고 값 비싼 외제차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 셀프 손세차를 자주 하면 오버라는 것을.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한 자동차이기에 손세차를 자주 하는 것이 내 정신 건강에는 이롭다.

 

세차를 할 때마다 느낀다. 너무 힘들다. 예전에 몰던 차보다 크고 높다 보니, 낮은 승용차를 세차할 때 보다 두 배는 힘든 것 같다. 사다리 또는 바퀴를 밟고 올라서 천장을 닦다 보면 팔이 빠질 것 같다. (그래도 빠지진 않았다.)

 

키가 성인남성 평균키(라고 믿고 싶다.)이다 보니, 앞 유리 창 중앙 하단 부분이 팔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그 부분은 늘 얼룩이 끼어 있다.



세차를 간신히 하고 나서 홀로 드라이브를 즐기러 나가면, SUV가 승용차에 비해 차체 자세유지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승용차를 탈 때 겁 없이 돌아나가던 코너에서 차량의 쏠림은 두 배 이상 느껴지고, 차선 변경 이후 빠르게 자세를 잡는 것 또한 승용차에 비해 부족하다.

 

가끔 고속으로 대교를 지날 때 바람이라도 많이 불면 차가 기우뚱거리는 듯 하여 악셀에서 발을 떼게된다. 스포츠카들이 땅바닥에 붙어 다닐 정도로 낮은 이유를 SUV 타면서 몸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펀카로 쓰려고 산 차량이 아니므로, 과감하게 패스하고 넘어가도 될 단점이고, 또한 최근에 출시되는 SUV들은 차체 자세를 잡아주는데 도움이 되는 기능들이 적용되어있기 때문에 구매를 고민해야 할 만큼 큰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시속 110KM 이상의 속력으로 달리는 건 불법이기도 하고, 꽉 막힌 시내에서 급하게 돌아나갈 일도 많이 없기 때문에 SUV의 단점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듯 하다.

  

앞으로도 계속 SUV를 타야할까?



가끔 승용차를 타면 실내가 답답하고 낮은 시야가 갑갑하다. (또 라임 오졌다.) 과거 큰 차가 더 비싸 보였고, SUV 열풍에 나도 트랜디한 남자로 보이고 싶어 구매를 했다. 아이가 있으면 무조건 SUV가 필요하다는 공식 아닌 공식으로 인하여 선택을 한 것이다.



아이가 조금씩 커가면서 종종 승차감에 대해 이야길 한다. “아빠 XX이모차는 엄청 조용하고 편해” 라고 말이다. 그 이모는 대형세단을 타고 다닌다. 굳이 대형세단이 아니어도 SUV 뒷좌석에 비해 세단 뒷좌석이 승차감이 좋은 건 사실이다. 더군다나 도심의 아스팔트가 온전하지 못한 구역이 많기 때문에 SUV의 2열 승차감은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다.

 

와이프에게 물었다. “뒷좌석 승차감 별루지? 승용차로 다시 바꿀까?” 돌아오는 대답은 “알아서 해” 라는 애매한 대답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편안한 건 승용차(세단)이 분명한데 뒷좌석에서도 느낄 수 있는 쾌적한 시야는 포기 못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뒤로 손만 뻗으면 닿는 아이의 짐이 실려있는 트렁크 공간 또한 오랜 시간 차량에 탑승하고 있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면서 SUV에 대해 만족해?” 분명 준중형 사이에서는 SUV가 더 있어 보였다. 하지만 중형과 대형은 확실히 세단이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SUV를 타고싶다.



아직은 SUV를 타고 싶다. 짐을 자주, 그리고 많이 싣지는 않지만, 언젠가 필요할 때를 위해 넓은 트렁크가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모를 사고에 조금 더 안전할 것 같은 든든함이 마음에 든다. 또한 언젠가 차에 누워 아이와 함께 하늘을 보며 캠핑을 즐겨봐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