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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스토리&차소서&차소설

우리집에 한 대쯤 있었으면 하는 패밀리카, 카니발 이야기


카니발, 이 단어를 들었을 때 20대 이하 연령층은 브라질 카니발 축제를 떠올리며 30세 이상, 특히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동차 카니발'을 주로 생각할 것이다.

카니발은 초창기 국내에서는 보기드물었던 미니밴으로, 가족을 태우고 여행을 떠나기 좋은 차량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접이식 좌석'이 있어 명절날 가족과 더불어 친척들까지 태울 수 있었기 때문에 신기해하는 친척들 앞에서 아버지들의 어깨가 올라가곤 했던 그런 자동차였다.

이렇게 나름의 추억이 깃든 카니발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카니발의 시작은 언제이며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등장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기아자동차의 호흡기 카니발 등장 (KV-Ⅱ : 1997 ~ 2001)



MF 사태로 인해 경제가 위태로웠던 1997년 후반 ~ 1998년 초반, 기아는 기업의 운명이 걸린 모델들인 슈마, 크레도스 Ⅱ, 레토나, 카니발을 출시했다. 

당시 기아의 여러 모델 중 카니발은 출시된 이후 미니밴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서 기적적인 판매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고, 덕분에 기아자동차를 파산의 늪에서 벗어나게 만든 일등공신이 되었다.

카니발은 개발 당시 KV-Ⅱ라는 개발명을 갖고 있었으며 크레도스와 플랫폼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자인의 경우 협력관계였던 포드사의 윈드스타 디자인을 참고했다. 특히 양쪽에 슬라이딩 도어가 설치되어있어 탑승객의 편의성을 고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차량 트림은 다른 차량에 비해 유독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상위 트림인 PARK, 기본 트림인 LAND, 저가형 트림인 TRIP이 있었으며, 중앙 좌석을 마주 보도록 돌릴 수 있는 PARK가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엔진은 135마력, 31.5kg.m 토크 성능을 갖춘 2.9L 'KJ3' 디젤 모델이 가장 많이 판매되었으며 그밖에 175마력, 22.5kg.m 토크 성능을 갖춘 2.5L 'K5' 가솔린 모델,  150마력, 22.0kg.m 토크 성능을 갖춘 2.5L 'K5M' LPG 모델이 소량 판매되었다.

특히 디젤엔진의 경우 기아차가 1,300억을 쏟아부어 독자 개발한 모델로, 국산 최초의 DOHC 디젤 엔진으로 국내 엔진 역사 한 편을 장식했다.
   

싹 바꾼 카니발 Ⅱ(KV-Ⅱ : 2001 ~ 2005)




2001년에는 외관 및 내부 인테리어를 개선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카니발 Ⅱ가 출시되었으며 2002년에는 유로 3 기준을 통과한 145마력, 32.0kg.m 토크 성능을 갖춘 2.9L CRDi 디젤 모델이 출시되었다. 

특히 안정성 측면에 있어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데,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운전석 별 5개, 동승석 별 4.5개를 받아 국산 RV 중 가장 안전한 차량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미국 NHTSA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도 별 5개를 받아 안정성 만큼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2003년 ~ 2005년 사이 리어램프,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센터패시아 등 일부 사항들이 지속적으로 변경되었고, 2005년 7월 그랜드 카니발 등장으로 인해 같은 해 10월 단종되었다. 


심장이 아픈 카니발



카니발은 엔진 내구성이 부실한 탓에 대략 20만 km 주행 후 엔진 보링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매연이 심하게 나와 단속 대상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정 주행거리 이상부터 엔진 보링 여부를 점검해야 했으며, 자동차 검사소에서 매연 검사를 받기 전 배기구에 물을 넣은 뒤 가속페달을 여러 번 밟아 임시방편으로 청소를 하는 일이 간혹 있었다. 



게다가 엔진 오일펌프를 작동시키는 체인이 급가속 및 급감속 시 끊어지거나 차량이 정지하는 치명적 결함이 있어 대대적인 리콜이 실시되기도 했다. 

첫 출시 이후 2001년까지 판매된 차량 22만 여대 중 약 10만여 대의 차량에 이러한 결함이 발생하여, 기아차는 벌어들인 돈을 거꾸로 무상 리콜을 위해 지출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카니발 1세대는 엔진 노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투 트랙 전략, 그랜드 카니발과 뉴 카니발 (VQ : 2005 ~ 2009)



카니발 1세대가 단종되기 3개월 전, 카니발 2세대인 그랜드 카니발이 출시되었다. 그랜드 카니발은 북미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전장만 5,130 mm에 이르렀으며 차폭만 하더라도 중대형 상용 차량을 제외하고 가장 넓은 1,985 mm를 자랑했다. 

2006년 초 출시된 그랜드 카니발 하이 리무진의 경우 이보다 더 긴 5,145 mm였다.

그랜드 카니발은 승합차 기준인 11인승으로 출시되었고 이에 맞게 4열 시트가 기본 적용되었다. 하지만 좌석 간 공간이 좁아 3열 시트로 개조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엔진의 경우 기아의 자체 생산 엔진인 2.9L 'J3' 디젤 모델이 탑재되었으며 170마력, 36.0kg.m 토크 성능을 보였다.  그 밖에 161마력, 25.0kg.m 토크 성능을 갖춘 2.7L 'L6EA' LPi 모델이 출시되었다.



비슷한 시기 뉴 카니발이 출시되었다. 그랜드 카니발이 롱휠 베이스였다면 뉴 카니발은 숏 휠베이스로 전체적인 모습은 그랜드 카니발과 비슷하나, 전장이 4,810 mm였으며 리무진 모델이 그랜드 카니발과 동일했다. 



하지만 뉴 카니발은 큰 차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잘 맞지 않았으며 7~9인승으로 그랜드 카니발보다 높은 세금을 내야 했고, 가격 자체가 그랜드 카니발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저조했다.


엔진은 그랜드 카니발과 동일한 엔진이 탑재되었고, 2008년 2.9L VGT 디젤 모델이 출시되면서 두 카니발은 192마력, 36.5kg.m 토크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 
   

얼마나 고쳐졌을까? 2세대 카니발의 문제점



VGT 디젤로 변경되면서 기존의 카니발 엔진이 가지고 있던 내구성과 매연 문제를 개선하는가 싶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특히 디젤 특유의 엔진 소리와 풍절음이 더해지면서 운전자와 탑승자들은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R의 반란, 심장이 튼튼한 카니발 R (VQ : 2010 ~ 2014)




아차의 '얼굴 제작자' 피터 슈라이어가 스카우트 되면서 그랜드 카니발과 뉴 카니발은 이름에 'R'이 추가되고 아이덴티티 그릴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가 적용되었다. 그 밖에 사이드미러에 방향지시등이 추가되고 럭셔리 휠이 장착되었다.


2013년 형부터는 승합차 속도 제한 장치가 의무화되면서 그랜드 카니발 R은 110 km 속력 제한이 걸리게 되었다.



카니발 R 시리즈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바로 엔진이다. 비록 많이 판매되기는 했지만 많은 카니발 운전자들을 고생시켰던 'J3'디젤 엔진이 현대 2.2L 'R' 디젤 엔진(D4HB)로 변경되면서 197마력, 44.5kg.m 토크 성능(자동 6단 기준)을 보였다.

특히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 및 진동 감소를 위해 사다리 모양 프레임이 적용되었고 유로 5 기준을 충족시켜 환경 측면에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극 소수의 회사만 제작할 수 있었던 콤팩트 흑연 주철(CGI)이 실린더헤드와 블록에 적용되어 기존 엔진에 비해 75% 높은 내구성, 45% 높은 강성, 85% 인장강도 그리고 2배나 높은 피로 강성을 보였다.

즉, 튼튼한 엔진이라는 의미다.

R 엔진은 이러한 이유로 그랜저IG,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맥스 크루즈, 쏘렌토, K7 등에 폭넓게 적용됐다.
   
더욱 안전해진 올 뉴 카니발 (YP : 2014 ~ 현재)



2014년 4월 뉴욕 모터쇼에서 3세대 카니발인 올 뉴 카니발이 공개되었으며 국내에서는 6월 정식 출시되었다. 


2세대의 경우 롱휠 및 숏 휠베이스 두 가지를 채택했지만 전략 실패로 끝나고, 3세대로 진입하면서 롱휠 베이스 하나로 변경되었다.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크게 변경되었다. 특히 전면  보닛이 이전 세대에 비해 묵직해졌으며 엔진 하부를 보호하는 스키트 플레이트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창틀에는 크롬 몰딩이 적용되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 내었다.



특히 1열 시트 중앙에는 보조 시트 대신 노트북도 탑재할 수 있는 대용량 센터 콘솔이 설치되었다. 이 때문에 9인승은 3열 시트에서 4열 시트로 변경되었다.  


차량 전체 길이는 5,115 mm로 그랜드 카니발에 비해 약간 짧고 전폭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올 뉴 카니발은 특히 시대 요구에 맞게 안전에 대한 요소들이 대거 적용되었다. 초고장력 강판을 52% 사용했으며 차체 구조 간 결합력을 위해 구조용 접착제 사용량이 대폭 늘었다.

그리고 보행자와 충돌 시 보행자의 머리를 보호해주는 액티브 후드 시스템과 6에어백, 타이어 공기압 경보 시스템,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급제동 경보 시스템 등이 기본 사양으로 포함되었다.


엔진은 2.2L 현대 'R' 디젤 모델이 탑재되어 202마력, 45kg.m 토크 성능을 갖췄으며 유로 6 기준을 통과했다. 2015년에는 280마력에 34.3kg.m 토크 성능을 갖춘 3.3L 람다ⅡGDi 가솔린 모델(G6DH)이 추가되어 고출력을 선보였다.
  

성능은 좋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다?


와 같이 카니발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성능 또한 진화했지만, 몇 가지 문제가 이번 세대에서도 발생하게 되었다. 우선 소음과 떨림 현상, 공명음이 초기 모델에 발생하여 2015년 3월 말 모델부터 개선되어 출시되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 문제가 지속되어 공중파에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기아차는 이를 해결할 개선안을 내놓으며 무상수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어퍼 롤로드 브라켓, 라디에이터 로어 부쉬, 2열 3열 시트백 다이나믹 댐퍼 등 소음, 떨림, 공명음을 막는 것과 관련된 부품들이 포함되었다.
   

2017년 카니발은 안전성과 편의성 강화


해 카니발은 디자인과 더불어 각종 편의사양과 안전사양에 대해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었다. 디자인의 경우 차량 시인성 확보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LED 주간 주행등(DRL)이 적용되었고, 실내 인테리어 일부가 고급화되었다.


편의사양의 경우 앞차와 거리 유지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되었고,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애플 카 플레이가 탑재되어 아이폰과 연동할 수 있게 되었다.


안전성의 경우 충돌 강도에 따라 압력이 2단계로 조절되는 스마트 에어백이 운전석과 동승석에 적용되었다. 

그리고 좌석 시트벨트 경보장치와 4열 헤드레스트가 추가되었다. 게다가 긴금제동보조시스템(AEB)가 포함되어 운전자 뿐만 아니라 탑승자들의 안전 또한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엔진의 경우 2.2L 'R' 디젤 모델과 3.3L 람다ⅡGDi 가솔린 모델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첨단 성능은 점차 추가되지만 과연 카니발이 가지고 있는 고질병이 해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디터 한마디



니발, 대표적인 RV이며, 20년을 국민들과 함께 해온 패밀리카로 자리 잡아왔다. 그리고 용도에 따라 연예인들과 정치인들의 발이 되어주기도 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겠지만 과연 자잘한 문제들이 해결되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기아차는 앞으로 출시될 카니발에 대해 좀 더 기본에 충실하여 20년간 묵은 문제들을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까운 미래에는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드림카이자 진정한 패밀리카로 인정받았으면 한다.